본문 바로가기

서평

[서평]여행의 이유, 우리가 여행을 갔었던 이유

 김영하 작가의 책 여행의 이유에는 여행을 자주 다녔던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가 담겨있다. 이 책에서 내가 처음 기대했던 것은 에세이를 통해 여행을 갔다 오는 것이 얼마나 삶의 큰 깨달음을 줄까? 에 대한 해답이었다. 처음에 김영하 작가는 중국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떠나는데 비자가 없어 추방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원하는 것과 실제로 얻는 것의 차이

 나는 여행, 그중에서도 해외여행은 자주 다녀오지 못한 삶을 살아서 해외여행에 모든 것이 취소되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절망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추방에서도 내가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음을 받아들이고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 또한 나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즉,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여행보다도 단순 한 계획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많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중국은 비자가 필요 없는 줄 알고 머무를 곳만 정한 채 비행기 티켓만 들고 떠났던 여행이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추방을 당하고 나니 집에서 틀어박혀 소설만 쓰게 되었던 것이다. 

 이 내용을 보면서 나는 참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항상 계획이 틀어지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틀어질 때를 대비한 플랜 B도 만들어 여행을 했었는데, 작가와 나의 여행관이 참 다르구나를 느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가는 정말 많은 곳을 떠돌고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겪었기에 여행에 나름 통달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마이너리거로서 선수생활을 마친 선수들을 언급하며 작가는 이런 말을 남긴다.

 

" 그들은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자기 인생을 살아냈다. 경기에 출전해 최선을 다했고, 사랑하는 파트너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은퇴한 후에는 코치가 되어 후진을 양성하거나 다른 일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래 얻으려던 것(메이저리거 되기)보다 더 소중한 교훈들을 얻었(거나 최소한 얻었다고 믿었)을 것이다."

 나는 이 구절을 보면서 항상 내가 추구하려던 것을 얻지 못하면 그 노력했던 시간들은 모두 물거품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작은 실패를 겪으면서 그 노력했던 시간들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의미는 그렇게 나에게 크게 소중하지 않았었다. 그냥 인내심이 조금 늘었다 정도였다. 하지만 이 구절에서 말하는 바는 내가 추구하려던 것과 실제로 얻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말이었다. 덕분에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 도 있다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추구하는 목표가 이루어지지 못해도 전전긍긍하고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내 의지에 따라 사는가? 아니면 프로그램에 따라 사는가?

그리고 또 하나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김영하 작가는 소설을 많이 써보았기 때문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정할 때 인물에 하나의 프로그램을 내재시킨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그램이란 인물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일종의 신념이다. 인간의 행동은 입버릇처럼 내뱉고 다니는 신념보다 자기도 모르는 믿음에 더 좌우된다. 이때 나는 예전에 읽었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에서 보았던 미군을 공산주의자로 길들이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다. 민주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공산주의가 되는 과정에서 사람은 신념대로 살지는 않는다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여기서 짜 맞춰지면서 어떤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러면서 내 안에 내재된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예를 들어 '흑인은 지적으로 열등하다' 같은 고정관념도 프로그램이라 한다. 즉 어떤 소설의 주인공이 이런 프로그램이 내재되어 있다가 지적 성취를 이룬 흑인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대사를 내뱉는다. 이를 관객들은 보면서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알게 된다.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내 속에 있을 프로그램은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이 사회적인 성공이다.', '돈이 행복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돈은 행복에 필요하다.', '안전에 있어서는 항상 확인하고 또 조심해야 하며 보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는 칭찬을 해주면 더 잘하지만, 잘한 일에 대해서는 당연한 듯이 지나가고 못한 일에 대해서는 비난만 하는 사람은 정말 너무나도 싫다.' 같은 것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삶을 이 책으로 들여다보며 느낀 점을 적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여행에서 얻은 추억을 어떻게 간직하고 계신가요?

출처 : tvn

 김영하 작가를 처음 본 것은 예능프로 알쓸신잡에서였다. 이 책에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한 곳의 여행지를 정하면 패널들은 각자 찢어져서 여행을 하고 저녁에 모여 식사를 하면서 각자 둘러본 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 프로그램에서 작가가 여행하지 못했던 다른 지역은 그저 다른 패널들에게 들어서 상상한다던지 하면서 느끼게 되는데, 여기에서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갖가지 앵글에 담긴 내용을 편집하며 나온 내용이 추가되면서 들었던 내용이 실제론 저런 모습이구나를 깨닫게 된다.

"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 "

나도 또한 여러 국내여행과 소수의 해외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 영상들, 기록들이 있지만 그것이 조금은 난잡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로 남았었다고 생각했었다. 김영하 작가의 이 말을 통해 나도 여행에 대한 어떤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준 것 같아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여행기를 읽으며 자랐던 김영하 작가의 책인 만큼 여행지를 여행하는 여행자의 태도에 대해서도 작가의 생각이 심도 있게 담겨있는 책이다. 책의 길이가 그렇게 길지도 않기에 읽기 쉬웠다. 하지만 나는 집돌이인 것을 감안하면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71923011

 

여행의 이유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작가였고, 그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여행-일상-여행의 고리를 잇는, 아홉 개의 매혹적인 이야기『여행의 이유』는 작가 김영하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www.yes24.com